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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원래 여력이 있었으면 전후편으로 쓰고 싶었지만
시간 관계상 대부분 잘라내고 쓰긴 했습니다.
그래도 전달이 되었다니 저도 감사합니다.

내가 오타쿠도 아니고 콘서트까지 가서 응원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무리무리! ※무리가 아니었다!?

무리무리!

2024 청룡의 해

호랑데부나비

5만년이라는 소재와 시간 구성, 게임 내 지문 같은 표현, 에프타 님에 대한 애정이 돋보이는 글이었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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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C 48XXX 오늘도 나는 이 곳에 찾아왔다. 언제부터인가 왔었고, 언제부터인가 떠나버린 그녀를 추모하기 위해서. 처음 만난 것은 그냥 무언가 찾아보고 싶어서 마을 밖을 나섰을 때. 나처럼 벗고 있었지만 우리 마을에선 본 적 없는 여자애길래 근처 어딘가에 사는 애인 줄 알았다. 그래서 말을 걸어본 게 여기까지 온 것 같다. 사실 그 애가 이 근처에는 살지 않는, 전혀 다른 곳의 사람임을 안 건 한참 뒤였지만. 매일 어른들 따라 사냥에 나서거나 무언가를 채집하거나 하면서 먹고 사는 것에만 집중하던 나에게 그 애는 새로운 것을 알려주었다. 바로 돌이라는 게 얼마나 예쁜 건지를. 그냥 바닥에 굴러다니는 돌이야 흔하고 잘해야 뭘 짓거나 뭘 만드는데 쓰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런 돌들이 어느날 그저, 가지고만 있어도 마음에 위안이 되는 그런게 된다는 걸 그 애가 보여주었다. 돌이라는 게 그렇게 색이 다양하고 예쁜 것도 많은 줄은 몰랐다. 그래서 오늘도 처음 만난 그 곳에서 나는 예쁜 돌을 들고 왔다. 그러고는 고이 쌓아놓은 탑에 그 돌을 하나 올려놓는다. 하늘이 참 맑다. 왠지 모르게 더위가 느껴지는 햇살이다. 이제 그 애는 더 이상 만날 수가 없다. 함께 했을 땐 몰랐는데. 떠나고 나니까 조금 알 것 같아. 그 애가 참 내 맘에 엄청 깊게 들어왔다는 것을. 좋아했어. 더 있고 싶었는데. 그래도 가야 한다니까. 어쩔 수 없는 거지. 나는 다시 일어났다. 왠지 눈이 흐릿한 것 같지만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으려나. 맑은 하늘빛이 마치 그 애의 눈동자 색 같아서, 이상하게 가슴이 미어지는 느낌으로 나는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A.D 52025? 저기. 에프타쿤? 응? 왜? 안테나쿤? 이번에 떠난다는 게 사실이야? 아...응. 그렇구나. ...... 떠나면 안 되냐고 물으면 안 되겠지? 아니. 상관없는데?당연히 그렇게 묻고 싶을거야. 알아. 근데. 나도 좀 받아들이기 힘들어서. 나도 그런데, 안테나쿤은 오죽하겠어.걱정하지마. 이해하니까. 이젠, 잃어버린 창조자를 다시 찾으러 갈 때지? 아... ...... 아 미안. 그거 아직도 해결 못한 문제였지. 됐어. 오만 년 간 해도 못 찾았는데.이제 와서 찾는다고 뭐가 되겠어? 응? 뭐라고? 아마. 이미 없을 것 같아.오만 년 전에도 없었는데, 아직도여기에 있을 이유는 없잖아? 그런데? 왜? 글쎄. 오래 쉬면서 생각해봤어.날 받아준 마을도, 주민들도,그리고 안테나쿤을 포함한 모두도.너무 고마워서 영원히 함께 하고 싶었거든. ...... 그런데. 알잖아.나는 안드로이드니까. 반영구적이란 말이야.하지만 안테나쿤이나 다른 애들은결국 끝이 오기 마련이더라.그걸 수도 없이 겪어보니까.계속 있는 건 역시 민폐인 것 같아. 무슨 소리야! 우리 수명이 뭐 어때서?우리도 마음먹으면 얼마든지 더 살 수 있는데?그게 뭐가 중요하다고! 알아. 안테나쿤이 무슨 뜻으로 그렇게 말하는지.하지만 세상에는 때라는 게 있더라.내가 해결사로서, 안드로이드로서어딘가에 몸을 맡기는 건 영원할 순 없다고 생각해.무엇보다, 나는 아직 나의 정체성을 못 찾았잖아? 아니. 이미 똥 방구 뿡이 있... ...... 미안. 이런 상황에 쓸데없는 농담을 해버렸네. 됐어. 뭐. 오히려 심각한 것보단 나아.아무튼, 그래서, 난 조만간 떠날 거란 말씀.하지만. 역시 나도 미안하네.이렇게 오래 쉬어놓고&nbsp;갑자기 또 떠난다는 건 역시 실례지? ..... 아냐. 네가 하고 싶은 대로 가.에프타쿤 뜻이 곧 우리의 뜻이니까.아프지 말고, 다치지 말고, 몸 건강히.그러니. 안테나는 쿨하게 떠나보내주지. 그거 어디서 많이 듣...됐다. 모르겠다.알았어. 진짜 미안해.하지만, 아프지도 않고, 다치지도 않고,열심히 잘 살테니까. 알지?이리와봐! (포옥) ...... 그래도. 여전히 네 품은 따뜻하네. 메모리가 종료되었다. 시뮬레이션된 기억은 여기까지다. 나는 눈을 뜨고, 주변을 내다보았다. 처참하게 붕괴된 건물, 끝없이 긴 사막, 그리고 지칠줄 모르는 열기. 내가 그렇게 찾아왔던 그는 여전히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사람들도 폭풍에 휩싸여버렸다. 10만 년 전 그 때로 다시 돌아간 것처럼. 아마도 방금 전 시뮬레이션은 5만 년 전, 언젠가 평화로웠던 시절, 평화로웠던 마을에서 소중한 이들과 마지막으로 나눈 기억이겠지. 하지만 이젠 그들은 없다. 그들이 살았던 흔적들도 모두 소각되었다. 남은 건 오직 내 머리에 남은 시뮬레이션으로 돌릴 수 있는 휘발되지 못한 기억뿐. <em data-v-be08dffb="" style='box-sizing: border-box; font-style: italic; color: rgb(33, 37, 41); font-family: "Pretendard JP", Pretendard, -apple-system, BlinkMacSystemFont, "Apple SD Gothic Neo", "Noto Sans KR", "Noto Sans CJK KR", NanumBarunGothic, Roboto, "Segoe UI", "Malgun Gothic", "Apple Color Emoji", "Segoe UI Emoji", "Segoe UI Symbol", sans-serif, emoji; font-size: 15px; font-variant-ligatures: normal; font-variant-caps: normal; font-weight: 400; letter-spacing: normal; orphans: 2; text-align: center; text-indent: 0px; text-transform: none; widows: 2; word-spacing: 0px; -webkit-text-stroke-width: 0px; white-space: normal; background-color: rgb(255, 255, 255); text-decoration-thickness: initial; text-decoration-style: initial; text-decoration-color: initial;' id="isPasted">남은 건 닳디 닳아 지금까지 살아온<em data-v-be08dffb="" style='box-sizing: border-box; font-style: italic; color: rgb(33, 37, 41); font-family: "Pretendard JP", Pretendard, -apple-system, BlinkMacSystemFont, "Apple SD Gothic Neo", "Noto Sans KR", "Noto Sans CJK KR", NanumBarunGothic, Roboto, "Segoe UI", "Malgun Gothic", "Apple Color Emoji", "Segoe UI Emoji", "Segoe UI Symbol", sans-serif, emoji; font-size: 15px; font-variant-ligatures: normal; font-variant-caps: normal; font-weight: 400; letter-spacing: normal; orphans: 2; text-align: center; text-indent: 0px; text-transform: none; widows: 2; word-spacing: 0px; -webkit-text-stroke-width: 0px; white-space: normal; background-color: rgb(255, 255, 255); text-decoration-thickness: initial; text-decoration-style: initial; text-decoration-color: initial;'>해결사라는 볼품없는 긍지 하나뿐이다.&nbsp;&nbsp; 차라리 그냥 그 때 떠나지 말고 모두와 더 지냈더라면, 이런 결말은 나오지 않았을까. 후회해야 소용은 없다. 이미 시간은 흘러버린 지 오래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럼에도 끈질기게 다시 앞으로 나아가 그들과 했던 약속을 지키기로 할 뿐. 이젠 흘리지 않을 줄 알았던 물이 새어나온다. 애써 그걸 손으로 훔쳐내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려는데. 저 앞에서 우주복을 입은 왠 꼬마애가 보인다. 이 환경에 왠 우주복? 이라 생각했는데, 그 우주복을 입은 꼬마애가 날 보더니 갑자기 달려온다. 그러더니 되게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주시한다. 내가 당황해서 아무 말도 못하고 있자, 그 꼬마애가 헬멧의 바이저를 내린다. 그 얼굴은... 마치 아주 아주 오래 전, 내가 한창 헤매고 있었을 때 나를 보고 처음 인사를 나누던 그 애의 얼굴이.... 잠깐.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그건 이미 아주 오래전의 기억일 뿐이다. 그 애가 뭐라고 나에게 생각을 보낸다. 이건...채팅? 내 인공두뇌로 다행히 해석이 가능한 언어여서 소통에는 문제가 없어보인다. &quot;누구야? 너는?&quot; &quot;응? 나는...&quot; &quot;아. 여기 사막을 건너려나 보구나. 맞지?&quot; &quot;응? 어...그런가...&quot; &quot;아. 그런 몸으로 혼자서 가는 건 위험해.그렇게 아무것도 준비가 안 된 상태로 가면...&quot; &quot;죽을 수도 있거든.&quot; 죽는다. 라. 일반 인간이라면 그럴 거다. 하지만 나는 안드로이드니까.그런 모래폭풍 정도는 견딜 수 있다.저 애는 그런 건 모르나보다. &quot;어쨌든. 위험해보여서 달려왔어.일단, 우리 동네에 가서 좀 쉬고 가는 건 어때?&quot; &quot;에?&quot; &quot;괜찮아. 여긴 워낙 힘든 곳이라서.다들 우리 동네에 들러서 잘 준비하고 가면문제가 없더라고.&quot; 나는 잠시 말을 잃었다.이 시대에, 아직 이렇게 호흡하고희망을 가진 아이가 있었다니.무엇보다...생각나는 애들이 참 많아진다. &quot;어? 왜 말을 안하고 있어?&quot; &quot;아. 아냐. 아무것도. 응. 고마워.그래준다면, 혹시 내가 좀 도움을 줘도 괜찮을까?&quot; &quot;응? 그게 뭔데?&quot; &quot;아니. 혼자서 빚지는 건 싫어서.나도 해결사 출신이니까. 좀 도와줄 건 도와준다는 거야.&quot; &quot;음...&quot; 그 애는 신기하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리더니. &quot;그래. 뭐 어른들이 알아서 해주겠지.그럼 따라와!&quot; 그 애는 바이저를 올리고는 바로 성큼성큼 걸어간다. 나도 곧바로 따라간다. 어쩌면, 영원히 그를 찾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러지 못해도 괜찮다. 내가 살아있는 한, 내 기억들은 이렇게 소중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들로 다시 채워질테니까. Fin&nbsp; 프타짱의 게시판에 남길 마지막 단편 소설입니다. 아마, 세 번째인가요? 이렇게 갑작스럽게 소식을 들어서, 늦게나마 글을 써보았습니다. 이 글은 두 가지 시점에서 프타짱을 다룹니다. 5만 년 전 이야기. 그리고 5만 년 후 이야기. 뭐, 상상이라서 좀 많이 현실이랑은 다를 수 있겠습니다만, 그럼에도 프타짱의 여정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어질 거라는 희망을 안고 쓴 글입니다. 여전히 프타짱이 누구이고, 그를 만든 창조자가 누구인지, 기억이 완전히 돌아올 날은 언제인지 모르겠지만. 중요한 건, 잃어버린 기억을 찾지 못하더라도, 프타짱은 분명 소중한 기억들로 그 부분을 충분히 채울 수 있다는 거겠죠. 왜 현재 시점이 아닌 과거-미래 시점을 다뤘는지는 그냥 프타짱이 그 오랜 세월을 견딜 수 있는 강한 분이심을 드러내기 위한 장치라고 생각해주세요. 분명 저희도 프타짱도 쉽지는 않겠지만, 그 앞날은 결코 어둡지만은 않을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