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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 2023. 12. XX &quot;끝까지 가는 게 중요한 건 아니야.&quot; 그녀가 그렇게 말했을 때, 나는 쬐고 있던 난로에서 손을 떼고 그녀를 보았다. 그 말이 당장은 이해가 되지 않아서이기도 했고, 무엇이 끝인지 알고 싶어서이기도 했다. 내가 의아한 눈으로 그녀를 본다는 걸 알자, 그녀는 들고 있던 찻잔을 우아하게 내려놓았다. 그러고 조금 더 가까이, 내게로 온다. 그녀의 머리카락에서 울리는 향기와 선명하게 응시하는 보랏빛 눈이 내 기분을 아찔하게 한다. &quot;이렇게 눈이 많이 오는 날, 아무런 의문 없이 여기까지 와줘서 정말 고마워.&quot; 그러고서 식탁에 있는, 먹다 남은 훠궈를 가리킨다. 그녀가 하이X다오의 훠궈 요리를 아주 좋아하지만, 오늘은 세찬 눈보라가 몰아치는 날이기도 했고, 그녀의 집은 이런 험한 날에 배달이 잘 오지 않는다. 그래서 그녀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주저없이 결단하고 여기까지 왔다. 물론 가는 길이 험해서 아찔했던 순간도 있었지만 말이지. 어떻게든 무사히 도착했으니 그걸로 됐다. &quot;그렇지만 말이야.&quot; 미소를 짓던 그녀는 이내 질책하는 눈빛으로 나를 본다. &quot;때로는 들어주기만 하면 되는 투정도 있는 법이야.&quot; 그러고서 손길을 내밀어 나를 쓰다듬는다. 따뜻한 집에 있으니 몸은 어느 정도 녹았지만, 그래도 그녀의 손길을 받으니 왠지 쑥쓰러워지는 기분. &quot;빙구쿤. 너에게는 내가 아주 소중하듯이, 나에게도 너는 정말 소중한 존재야. 그러니까 이렇게 무모하게 나를 걱정시키지는 않았으면 해. 밥은 언제든 다시 주문하면 되지만, 너는 언제든 부를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니까.&quot; 무슨 말인지는 이해했다. 위험을 무릅쓰고서까지 무리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겠지. 알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상관없었다. &quot;미안해요. 대장 말을 듣자마자 아무 말 없이 바로 여기까지 와서. 걱정시킨 건 미안하지만, 그래도 후회하진 않아요. 어쨌든 다치지 않았고, 대장이 먹고 싶은 훠궈도 잘 배달했잖아요? 끝이 좋으면....다 좋은 거겠죠.&quot; 나름 안심시키려고 한 말이었지만, 그녀의 표정이 다시 어두워짐을 느꼈다. 어째서지? 뭔가 잘못 말했나? 그녀는 다시 나를 바라보고는, 조곤조곤 말을 잇는다. &quot;빙구쿤. 끝이라는 건, 도달한다고 하는 게 전부가 아니야. 거기까지 어떻게 도달했는가도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해.&quot; &quot;네?&quot; &quot;이번에는 다행히 아무런 일도 없었지만, 만약 네게 무슨 일이 생겼다면, 그건 정말 끔찍한 일일 거야. 아마 그런 일이 있었으면, 나는 정말이지....&quot; &quot;에이. 별 걱정을 하시네. 그럴 일은 앞으로 없을테니까. 쓸데없는 걱정은 접어둬요.&quot; 갑자기 그녀가 내 어깨를 붙잡는다. 그리고는 단호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quot;빙구쿤. 피날레 좋아하지?&quot; &quot;물론이죠. 대장 노래 중 최고라도 해도 무리없는걸요.&quot; 당연한 질문에 대한 대답. &quot;응. 그렇게 받아줘서 고마워. 피날레라는 단어의 뜻은 알지?&quot; &quot;음...네. 최종장이라는 뜻이었죠?&quot; &quot;응. 맞아. 음악에서 마지막 장을 뜻하는 단어야. 하지만 마지막 장에 닿았다고 해서, 아직 끝은 아니지. 그 장의 끝에 이르러야 진정 끝이라고 할 수 있어.&quot; 무슨 소리인가 싶어, 잠시 말을 멈추고 그녀를 보았다. 창밖에는 여전히 흰 눈이 계속 내리고 그래서인지 방안은 조용함이 가득하다. 그녀는 잡고 있던 어깨를 놓고,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대화를 이었다. &quot;너에게도 나에게도, 끝은 오게 될 거야. 우리의 피날레를 허무하게 보낼 생각도 없어. 우리의 모든 것을 이루기 위해 무리하는 것보다는, 다 이루지는 못하더라도, 소중한 나날을 계속해서 보내고 싶어.&quot; 처음엔 책망하는 말인가 싶었지만, 실은 걱정과 소망이 같이 있는 당부의 말임을 느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두려워하지 않다도 된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 &quot; 우리가 끝을 무서워해서 시작조차 하지 않았으면, 지금의 우리는 존재하지 않았을 거예요. 대장의 당부는 잘 이해했어요. 그래도, 대장을 위해 뭔가를 하고 싶은 저희의 마음은 이해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때로는 그걸 위해 모험하는 가치도 있으니까요.&quot; 그러고서는 살짝 고개를 까닥여 본다. &quot;그래. 그래야 빙구쿤이지. 내가 걱정해서 뭐라 해도 잘 듣지도 않으면서, 때로는 날 위해 이렇게까지 달려오는 게 너니까.&quot; &quot;대장도 무리하면서 우리 찾아오잖아요. 우리가 쉬라고 당부해도 그러지 못하시고. 피장파장이지 않을까요?&quot; 그녀는 미소를 짓고는&nbsp;다시 찻잔을 든다. 분명 그녀의 말대로 언젠가 끝은 올 거다. 그 날을 위한 피날레도 찾아오겠지. 바깥에 쌓인 눈이 한가득이다. 다시 돌아가는 길은 좀 어렵겠네. 그래도 다시 안전하게 돌아가서 안부를 물어야지.&nbsp;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사양이다. 이미 출발선을 떠난 이상, 우리의 여정은 계속 나아가야 하니까. 코오리 세라라는 음유시인의 발걸음에 우리 빙구가 함께 걸어가는 것. 그게 우리의 사명이다. 1. 연말을 맞아 짧게 쓴 IF 글입니다. 2. 모티브는 피날레 + 산나비(게임 이름)+ 저번 언젠가의 저챗입니다. 3. 그냥 연말 응원 글입니다. 4. 대 세 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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