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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때이른 노을이 운동장을 가르지르고 있었다. 석식을 먹고서 남은 시간까지 책상 앞에 앉아있기 싫었던 나는 교실을 나와 무작정 복도를 걷고 있었다. ♪~ ♫~♩♩ 평소 같았으면 밖에서 축구하는 남자애들의 함성만 간간히 들려와야할 복도에 선율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소리가 나는 곳은 음악실. 누군가 연습하는 듯 했다. 군데군데 삑사리가 나고 멈칫했다가 다시 이어나가길 반복하는, 서투른 구석이 보이는 연주였지만 누구보다 즐겁게 연주하고 있다는 건 확실히 느껴지는 그런 연주였다. 지금 이 학교에 남아있는 학생은 전부 미래에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눈 앞에 있는 재미를 내려놓은 사람들이었다. 그 중에 이렇게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이 있다니. 나는 나도 모르는 새, 음악실의 문고리를 잡았다. 분명 인기척이 났을텐데도 연주는 계속되었다. 아직까지 나를 눈치채지 못한 듯 했다. 조금만 힘을 주면 그가 누구인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무턱대고 들어가서 연주를 방해해도 될지 망설여졌다. 내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에 갑자기 문 너머에서 소리가 멎었다. 그리고 정리를 하는 듯이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이어졌다. 좋아. 지금 들어가면 방해되지 않을 것이다. 나는 구태여 있는 힘껏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음악실 안에 있던 건 이제 1학년은 되어보이는 은발의 여학생이었다. 그녀는 바이올린 케이스 앞에 쪼그려 앉아서 동그랗게 커진 청록색 눈망울로 날 올려다 보았다."저기... 방금 연주한 거 너야?""죄송해요! 잘못했어요! 다시는 맘대로 들어오지 않을게요!" 그녀는 대단한 잘못이라도 한 것처럼 일어나서 고개를 숙였다. 물론 그녀가 사과할 필요는 없다. 애초에 음악실은 학생들이 편히 쓰도록 개방된 곳이니 말이다. 나는 흘깃 시계를 봤다. 야자 시작까지 20분정도 남았다. 이대로 그녀를 보내주기엔 애매하게 시간이 남는다. 그리고 그녀의 연주를 좀 더 듣고싶기도 했다."크흠."헛기침을 하자, 그녀는 털이 쭈볏 서는게 보일정도로 놀랐다."일단 너 이름이 뭐지?""에프타요. 아스테리 에프타.""그래. 에프타. 너 뭘 잘못했다고 생각하는거야?" 내 물음에 그녀는 머뭇거리다 석식 시간때 음악실을 사용한 것이라고 했다. 난 웃음을 참느라 죽을 뻔 했다. 처음 사과할 때 부터 어렴풋이 느꼈는데 확실해졌다. 이 녀석 98이구먼. "너무 걱정할 거 없어. 물론 이시간에 맘대로 여기서 연습한건 선생님한테 말해야하긴 하지만." 선생님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커다랗던 에프타의 눈이 물기로 젖기 시작했다. 정말로 울음을 터뜨리기 전에 난 재빨리 말을 이었다. "솔직히 나도 이런걸로 선생님한테 가긴 귀찮거든. 그리고 네 바이올린 연주도 마음에 들었고. 그래서 말인데 마지막으로 노래 한 곡만 부탁해도 될까?" 에프타의 안색이 한순간에 밝아졌다. 이런 순진한 애를 속여먹는다는 생각에 양심이 찔렸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벌어진 일인걸. "얼마든지 들려드릴게요. 원하시는 노래 있어요?" 그녀는 다시 바이올린 케이스에서 바이올린을 꺼내며 물었다. 단 한 번의 신청곡이다. 동요는 이미 선택지에 없었고, 가요는 진부하다. 클래식? 내가 아는 클래식중 바이올린에 관련된 거라면... "그거 가능해? 파가ㄴ..."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얼굴에 엄청난 충격과 함께 나무와 송진 냄새가 박혔고, 현들은 활이 아닌 내 이빨과 부딛히며 비명과 함께 불협화음을 만들어냈다. 이미 흐릿한 시야로는 에프타가 날 경멸스런 눈빛으로 바라보며 유유히 음악실을 나서고 있었다. 멀어지는 의식 속에서 그녀가 내뱉은 한마디만이 마지막까지 머릿 속에서 메아리쳤다. "이것들은 바이올린만 하고있음 파가니니래. 어휴."

연주머신 에프타

연주) 나시아 등장!!! 

내가 오타쿠도 아니고 콘서트까지 가서 응원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무리무리! ※무리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