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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sp;<img src="https://v-llage.s3.ap-northeast-2.amazonaws.com/image/1692374538679_79181dacdfec451217e8c13f871441cc.jpg" style="width: 198px;" class="fr-fic fr-dib fr-fil"><img src="https://v-llage.s3.ap-northeast-2.amazonaws.com/image/1692374545870_c2b3bf4a95a02f4ca46519d2613be2d6.jpg" style="width: 206px;" class="fr-fic fr-dib fr-fir"> 「&ldquo;아아,&nbsp;이대로 연애 한 번 못해보고 늙어버리긴 싫은데~&rdquo;」&nbsp;화사한 드레스 차림으로 기분 좋은 바람을 한껏 맞으며 내게 웃어주던 너.&nbsp;「&ldquo;있잖아,&nbsp;만약 우리가 어른이 되고도 다른 짝을 못 찾으면 그냥 우리 둘이 결혼할까?&rdquo;」&nbsp;16살.&nbsp;성그란치아 여학원 옥상에서 그녀가 농담 삼아 말했던 그 순간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그렇기에 지금 내가 그녀의 앞에 서있는 거겠지.&nbsp;&ldquo;&hellip;&hellip;&rdquo;&nbsp;눈처럼 창백한 피부.&nbsp;가슴에 모아진 차가운 손.&nbsp;그럼에도 여전히 아름다운 외모.무엇보다 이젠 더 이상 움직이지 않을 너.나는 입술을 꽉 물고선 가방에서 책을 꺼냈다.&nbsp;&ldquo;그때 못했던 대답을 해주러 왔어.&rdquo;&nbsp;집안 대대로 봉인되어있던 마도서.&nbsp;그 정중앙에 박혀있는 눈이 내가 앞으로 무엇을 할 건지 훤히 알고 있다는 것처럼 섬뜩한 시선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그래,&nbsp;나는 오늘 이 책을 이용해 그녀를 되살린다.그 대가로 이 흉물에게&nbsp;&lsquo;무언가&rsquo;를 빼앗기고 말겠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어차피 네가 없는 삶 따윈 죽은 거나 마찬가지니까.&nbsp;&ldquo;לעולם&hellip;&hellip;&rdquo;&nbsp;나는 떨리는 입술로 머릿속을 헤집는 문자의 배열을 천천히 읽어나갔다.&nbsp;그러자 책은 보라색 빛을 내며 더욱 탐욕스럽게 문장을 형체화시켰다.그렇게 내 입에서 나오는 언어는 도저히 사람이 내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을 정도로 기괴했고,&nbsp;동시에 무언가가 빠져나가는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nbsp;&ldquo;את הנשמה&hellip;&hellip;&rdquo;&nbsp;뚝 뚝,얼마 지나지 않아 땅바닥에 붉은 자국이 퍼져나간다.&nbsp;눈과 코에서 피가 흘러내린다.&nbsp;입에도 불쾌한 맛이 퍼져나간다.그때,&nbsp;기분 탓인진 모르겠지만 그녀의 손이 조금 움직인 것처럼 보였다.잘 되고 있는 걸까?나는 커진 동공으로 그녀를 응시하며 마지막 힘을 쥐어짜 주문의 끝 구절을 읊었다.&nbsp;&ldquo;אני מצווה על שליט!&rdquo;&nbsp;그러자 책이 멋대로 닫히더니 급기야 불타오르기 시작해 나는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이내 돌아온 정신에 화상을 입은 손이 후끈거리고,&nbsp;피를 한껏 흘린 탓에 머리가 어지럽고,&nbsp;몸은 무겁고,&nbsp;당장에라도 쓰러질 것 같았지만.&nbsp;아니,&nbsp;이미 쓰러지고 있었지만,그런 와중에도 나는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있었다.&nbsp;&ldquo;부탁이니까 제발,&nbsp;제발 다시 한 번만이라도&hellip;&hellip;&rdquo;&nbsp;서서히 흐려져 가는 시야 속에서,&nbsp;나는 부디 그녀가 되살아났기를 바라며 희망에 손을 뻗은 채 정신을 잃고 말았다.&nbsp;*&nbsp;눈을 떴다.의식.&nbsp;그녀.&nbsp;피.&nbsp;마도서.&nbsp;시체.&nbsp;불.&nbsp;손.&nbsp;정리 되지 않은 단어들이 순식간에 머리를 스쳐지나갔다.&nbsp;그보다 여긴 어디지?서서히 돌아오는 감각으로 손을 움찔거려봤는데 무언가가 나를 붙잡고 있었다.당연하게도 내 시선은 그쪽으로 향했다.&nbsp;&ldquo;드디어 눈을 뜨셨군요.&nbsp;몸은 괜찮으신가요?&rdquo;&nbsp;침대 옆에서 내 손을 잡은 채 사무적인 표정으로 나에게 묻고 있는 여성.이슬같이 동그란 눈,&nbsp;고운 피부,&nbsp;윤기 있는 검은 머릿결.&nbsp;언제나 아름다웠던 너.&nbsp;그래,&nbsp;내가 알고 있던 고고했던 너.온 몸이 떨린다.&nbsp;&ldquo;저,&nbsp;정말 너야?&nbsp;그럼 의식이 성공한 건가?&nbsp;사,&nbsp;살아있는 거 맞지?&rdquo;&nbsp;떨리는 손으로 그녀에게 몸을 기울였지만 온 몸에 힘이 빠져서 금세 쓰러지고 말았다.&nbsp;그녀는 그런 나를 부축하고선 여전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nbsp;&ldquo;아니요.&nbsp;여전히 죽어있지만 딱히 부패하지도 않는 것 같습니다.&nbsp;그보다&nbsp;3일만에 깨어나신 것이니 좀 더 몸을 아끼셔야―&rdquo;&ldquo;왜 존댓말을 하는 거야?&nbsp;그보다 너 말투는 왜 그러는 건데?&rdquo;&ldquo;&hellip;&hellip;&rdquo;&nbsp;그녀가 흐려진 눈으로 잠시 시선을 돌렸다.그 어느 때보다 가장 행복해야 할,&nbsp;가장 감격스러워야 할 이 순간이 침묵으로 가득 차있다는 것에서 나는 가장 떠올리기 싫었던 상황을 머릿속에 끄집어내야만 했다.&nbsp;&ldquo;너,&nbsp;혹시 기억이&hellip;&hellip;&rdquo;&nbsp;인정하기 싫은 마음에 나도 모르게 말끝을 흐리고 말았다.&nbsp;그녀도 그걸 눈치 챘는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nbsp;&ldquo;그렇구나&hellip;&hellip;&rdquo;&nbsp;나는 다시 한 번 냉정하게 그녀를 눈에 새겼다.그때로부터 하나도 바뀌지 않은 몸이지만 실상은 자세히 보니 달랐다.불안해하는 눈동자,&nbsp;나를 신경 쓰는 손동작,&nbsp;움츠러든 어깨.&nbsp;처음 듣는 차가운 목소리.&nbsp;&ldquo;이전의 저였다면 이 순간 어떻게 했을까요?&nbsp;당신과의 재회에 어떤 식으로 반응했을까요?&rdquo;&nbsp;이건 내가 아는&nbsp;&lsquo;그녀&rsquo;가 아니었다.내가 사랑했던 건 어느 쪽의 너였을까.&nbsp;&ldquo;아마도&hellip;&hellip;&rdquo;&nbsp;나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대답해주었다.&nbsp;&ldquo;너라면 웃었을 거야.&nbsp;항상 날 보며 웃어줬거든. &lsquo;잘 잤어?&rsquo;&nbsp;하면서&hellip;&hellip;&rdquo;&ldquo;그렇군요.&rdquo;&nbsp;옆에서 스윽 옷깃이 스치는 소리가 들렸다.&nbsp;또,&nbsp;침대 위로 올라오는 그녀의 다리가 보인다.&nbsp;또,&nbsp;나를 스르륵 눕히고 내 위에 올라선 그녀가 보인다.아래에서 위로,위에서 아래로,서로의 시선이 오가고 그녀가 웃으며 추억을 스치는 목소리로 말했다.&nbsp;&ldquo;잘 잤어?&rdquo; <hr> 어차피 느낌만 낸 거라 퇴고는 딱히 하지 않았읍니다.쓰다 보니까 만화로 하는 게 훨씬 좋을 것 같은데 누가 그려줬으면 좋겠네요.1화 빌런은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첫 차 타고 가려니

내가 오타쿠도 아니고 콘서트까지 가서 응원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무리무리! ※무리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