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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청룡의 해

remi5852

팬픽 연재를 무기한 중단합니다.

Synapsor시냅서

너는 마을회관에만 정신이 팔려
광장은 거들떠도 보지 않는구나

머리로 낳은 이 가엾은 활자들은
땅바닥에 드러누워 생기를 잃었으니

차갑게 식은 나의 영혼을 함께 묻고
여기 이 자리에 조그만 비석을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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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본 작품은 허구(픽션)입니다. &quot;제가 할 수 있는 거라면 뭐든 도와드릴게요.&quot;&quot;그 말씀 들으니 정말 든든하네요.&quot;&quot;앗, 에헤헤&hellip;&quot; 하푸의 볼이 발그레 물들면서 머리카락을 살짝 만져댔다. &quot;그럼 이 마을을 안내해 주시겠어요?&quot;&quot;저야 영광이죠!&quot; 같은 마을에 살게 되었으니 언젠가 말도 트고 친해질 때가 올 것이라고는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렇게나 빨리 그 기회가 오게 되리라고는 하푸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심지어 단둘이 마을을 돌아다니는 것일 줄이야! 이것은 누가 봐도 명백한 데이트다. 하푸는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을 간신히 억누른 채 마을 이곳저곳을 안내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로에의 집을 소개할 차례가 되었다. &quot;여기가 로에네 집이에요. 아마 지금쯤 딸기밭에 있을 것 같은데.&quot;&quot;로에&hellip;요?&quot;&quot;네! 저와 친한 친구인데, 요정이에요. 요나님한테 꼭 소개해 드리고 싶었어요.&quot; 하푸는 앞장서서 로에의 집 뒷마당에 있는 딸기밭을 향했고, 요나는 그 뒤를 천천히 따라갔다. 아니나 다를까, 로에는 자신의 딸기들을 돌보는 데 여념이 없었다. 이 요정이 흘리는 땀방울은 머리 위의 딸기꽃에 송글송글 맺혀 얼굴에 한껏 더 생기가 돌고 있었다. &quot;많이 바쁜가 보네.&quot;&quot;어? 하푸가 여긴 무슨 일이야?&quot;&quot;무슨 일이긴. 너 보러 왔지! 딸기들은 잘 자라고 있어?&quot;&quot;응! 이번 건 저번에 수확한 것보다 더 상태가 좋을 것 같아. 벌써 이만큼이나 자란 걸 보면, 앞으로 얼마나 더 클지 기대가 돼.&quot; 로에는 하푸의 뒤를 힐끔 바라본 후 그제서야 하푸가 혼자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아챘다. &quot;아, 요나님도 같이 오셨구나. 만나서 반갑습니다, 요나님. 저는 플로리스 로에라고 해요.&quot;&quot;처음 뵙겠습니다. 요나입니다.&quot; 불과 두세 마디일 뿐인 이 극히 평범하고 짧은 대화를 듣고 있으면서도 하푸는 전에 없던 어떤 감정을 로에에게서 느낄 수 있었다. 이 감정은 하푸의 가슴을 쓰리게 하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살짝 찡그리게 하였다. &quot;그건 그렇고 어떻게 요나님하고 같이 있게 된 거야?&quot;&quot;아, 그게 요나님이 나보고 마을 안내를 해달라고 부탁하셔서 이렇게 같이 다니게 됐어.&quot;&quot;오, 정말? 나도 같이 가고 싶은데 딸기밭 일이 많이 남아 있어서&hellip;&quot;&quot;그럼 어쩔 수 없지. 딸기 수확하면 나한테도 조금 나눠줘!&quot;&quot;그럴게. 요나님한테도 기회가 되면 딸기 드릴게요. 나중에 또 봬요.&quot;&quot;고마워요 로에님. 그럼 이만.&quot; 하푸가 소개할 마지막 장소로는 하푸의 레스토랑이 남아 있었다. 요나는 하푸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았던 것인지 이것저것 질문을 하고 있었다. &quot;그건 그렇고, 하푸 씨는 어떻게 요리사가 되기로 했어요?&quot;&quot;언젠가 바다에서 놀고 있었을 때였을 거에요.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갑자기 하늘 위에서 갈매기가 떨어지더라구요. 처음에야 깜짝 놀랐지만, 마침 배가 고프기도 해서 한입 먹었어요. 근데 글쎄 그게 너무 맛있는 거 있죠! 그래서 그 자리에서 순식간에 전부 먹어버렸어요.&quot;&quot;어머, 갈매기 맛은 어떻던가요?&quot;&quot;음&hellip;그게 기억이 잘 안나요. 워낙 오래 전 일이라서. 아무튼 그 일이 있은 뒤로 제가 미각에 눈을 떴다고나 할까요? 어떻게 보면 제 인생이 뒤바뀌게 된 일이라서 이런 경험을 다른 분들한테도 느끼게 하고 싶었어요.&quot;&quot;그건 정말 멋진 일이라고 생각해요.&quot;&quot;아하하&hellip;감사합니다. 아직 실력이 많이 부족해요.&quot; 어느새 하푸의 레스토랑에 도착한 둘은 내친김에 안에까지 들어가 보기로 했다. 오늘은 영업일이 아니라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요나가 내부를 찬찬히 둘러보던 중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메뉴판에 관심을 보이자 하푸는 바로 그걸 가져와서 그녀 앞에 펼쳐 보였다. &quot;정말 다양한 메뉴가 있네요.&quot; 요나가 메뉴판에 적힌 음식의 이름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던 중 한곳에 시선이 머물렀다. &quot;저도 이걸 먹으면 하푸 씨처럼 미각에 눈을 뜰 수 있을까요?&quot;&quot;어느 걸 말씀하시는 건지&hellip;?&quot;&quot;여기 있잖아요, 갈매기살!&quot;&quot;네?&quot;&quot;응?&quot; 둘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잠시 뒤 웃음소리가 레스토랑 전체를 뒤덮었다. &quot;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quot; 물범 요리사는 배꼽을 잡고 한참을 웃었다. 요나는 영문을 모른 채 왜 이렇게 웃어대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고, 살짝은 기분도 나빠지려고 하였다. &quot;요, 요나님&hellip;! 아하하하!! 이건 그 갈매기가 아니에요.&quot;&quot;네에?&quot; 하푸의 친절한 설명을 듣고 나자 요나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워낙 바다에서만 살아왔기 때문에 갈매기살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도 당연했지만, 하푸가 보기에 팔방미인이었던 그 요나가 이런 면도 보이는구나하고 생각이 미치자 그녀의 허당기를 포함해서 더욱 사랑스러워 보였다. &quot;제가 기회가 된다면 요나님한테 요리를 만들어서 대접해 드리고 싶은데, 괜찮을까요?&quot;&quot;좋아요. 그럼 그 갈매기살이라는 걸 먹어볼 수 있겠네요.&quot;&quot;아뇨. 갈매기살보다 훨씬 더 좋은 걸로 만들어 드릴 게요. 기왕 처음 먹는 육지 음식인데 갈매기살 정도 가지고 되겠어요?&quot;&quot;그래요? 하푸 씨한테 맡길게요.&quot; 하푸는 여기서 조금 더 용기를 내 보기로 했다. 요리를 대접할 수 있는 장소로는 레스토랑도 좋지만, 단둘이 있을 수 있는 시간을 만들고 싶었던 그녀는 과감한 제안을 하기로 한다. &quot;제가 재료를 가지고 요나님 집에 가서 요리를 직접 만들어 드리는 건 어떨까요?&quot;&quot;정말요? 기대가 되네요.&quot; 돌아오는 주말, 하푸는 식재료를 양손 한가득 들고서 싱글벙글 웃으며 요나의 집으로 찾아갔다. 준비한 짐은 무거웠지만 자신의 요리를 맛있게 먹어줄 요나를 상상하는 하푸의 발걸음은 무척이나 가벼웠다. 띵동! &quot;요나님, 저 왔어요!&quot;&quot;어서 와요. 기다리고 있었어요.&quot;&quot;많이 배가 고프실텐데 바로 요리 준비 들어갈게요. 요리 도구들은 제가 좀 빌릴게요.&quot;&quot;네, 얼마든지요.&quot; 하푸는 부엌으로 가자마자 앞치마부터 두르고 능숙하게 요리 준비를 시작했다. 우선 도마 위에 야채들을 올려놓고 식칼로 잘게 썰기 시작했다. 재료 손질에 정신없이 바쁜 하푸의 등 뒤로 갑자기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살결이 느껴졌다. 칼질을 하던 손을 잠시 멈추고 이 감촉의 정체를 곁눈질하던 하푸는 적잖이 당황하였다. &quot;요나님?&quot; 요나의 가느다란 두 팔은 어느새 하푸의 몸을 휘감고 있었다. 곧이어 귀에서 들리는 그녀의 숨소리는 불규칙하면서 조금은 거칠기까지 하였다. &quot;하푸 씨가 요리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보고 싶었어요.&quot;&quot;그, 금방 만들어 드릴게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quot;&quot;준비하신 요리는 몇 개인가요?&quot; 이 뜬금없는 질문에 하푸는 어리둥절하면서도 대화를 이어나갔다. &quot;그야&hellip;1개죠.&quot;&quot;아뇨. 제 눈에는.&quot; 음흉한 미소를 한 요나의 손에는 어느새 하푸가 쓰던 식칼이 들려 있었고, 그 식칼의 칼날은&hellip; &quot;2개로 보이네요.&quot; 물범 요리사를 노리고 있었다.